양자 컴퓨터의 시작, 역사

지금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는 대략 1940년대에 만들어진 모델이다. ENIAC(1946)을 최초의 컴퓨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앨런 튜링이 2차 세계 대전 중에 개발한 Bombe(1939)를 최초의 컴퓨터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Colossus(1943-1945)를 최초의 컴퓨터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ENIAC을 최초의 컴퓨터로 배웠다. 이렇게 사람마다 의견이 다른 이유는, 무엇을 컴퓨터라고 부를 수 있느냐에 따라 나뉜다. 다시 말해, 컴퓨터의 정확한 정의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이 컴퓨터라는 말을 들었을 때 연상하는 것들이 비슷하지만, 1940년대를 생각해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1940년대에 컴퓨터를 개발한 목적은 모두 군사적인 목적 때문이었다. 상대 국가의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서라든지,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기 위해서 컴퓨터를 개발하고 사용했다. 당연히 국방비의 연구비로 연구는 진행되었고, 개발이 되었다 하더라도 1급 비밀에 부쳐져 일반에 공개하지는 않았다. 2차 세계 대전 중에 독일 나치군의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 앨런 튜링(Alan Turing)이 개발한 Bombe에 관련된 일화가 이미테이션 게임(The Imitation Game)이라는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나는 아주 재밌게 보았는데, 시간이 나면 한 번 보는 것을 추천한다. 튜링은 영국의 수학자이자 암호학자이다. 최근 인공지능이 주목받으면서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진 인물이다. 컴퓨터과학에는 튜링상이라는 거의 노벨상급에 해당하는 상이 있으며, 인공지능을 시험하기 위한 튜링테스트도 많이 알려져 있다.




그 후 70년 동안 엄청난 성능상의 발전이 있었다. 하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동작과 원리로 움직인다. 단지 속도가 아주 빨라지고, 용량이 아주 많이 늘었다는 변화만 있었을 뿐이다. (물론 이것도 대단한 변화다!) 1982년 리처드 파인만(R. Feynman, 1965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은 새로운 개념의 컴퓨터를 제안했다. 계산하는데 이렇게 느려터진 컴퓨터를 쓰지 말고, 자연(nature) 그 자체를 계산에 활용해보자. 생각해보라. 그 당시 컴퓨터가 얼마나 느렸을지. 아마도 지금 쓰는 핸드폰보다도 100만 배 느리지 않았을까? 파인만은 양자 역학(Quantum Mechanics)를 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양자시스템(Quantum System)을 시뮬레이션하는데, 이런 똥 같은 컴퓨터 말고 양자시스템 자체로 시뮬레이션해보자 라는게 파인만의 아이디어였다. 물론 당시 그 말을 듣던 사람들은

쯧쯧…노벨상도 받고 그랬는데, 늙더니 이제 헛소리하고 다니네.

이런 반응이었다. “그런 거 만든다고 지금 컴퓨터보다 빠르나? 너무 상상 속의 얘기만 하네.” 한마디로 사람들은 별로 관심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새로운 시도는 항상 힘든가보다.

1985년 Deutsch라는 사람이 파인만의 제안으로 만든 양자 컴퓨터로 수행할 수 있는 알고리즘 하나를 제안했다. 이 알고리즘은 기존의 컴퓨터로는 구현할 수 없고, 양자 컴퓨터에서만 동작하며, 2번에 할 수 있는 일을 1번에 끝낼 수 있다.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사람들은 “우와 그래? 근데 양자 컴퓨터는 어딨는데?” 잠깐 반짝하는 듯하다가, 역시 실체가 없는 양자 컴퓨터로 인해 금방 사람들의 관심을 잃었다.

그런데 1994년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P. Shor라는 사람이 양자 컴퓨터로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양자 알고리즘을 제안하였는데, 이 알고리즘을 이용하면, 무려 현대에 사용하고 있는 모든 암호를 해독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은행에서 사용하는 암호를 비롯하여 군사 암호까지 모두 해독할 수 있다. 양자 컴퓨터가 아직 실체는 없지만, 실체로 만드는 순간, 세상을 지배한다고 해야 할까.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이 이후로 선진국들은 관련 연구에 천문학적인 연구비를 지원하게 된다. 국방부와 정보부를 주축으로 관련 기초 연구부터 알고리즘과 플랫폼 제작까지 많은 발전이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2016년 현재 아직 양자 컴퓨터는 등장하지 않았다. (정말 그런걸까?) 1940년~50년대를 생각해보면, 컴퓨터의 존재는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고, 극비 사항이었다. 자고로 암호 해독이란 상대방이 모를 때 효과가 있는 것이다. 암호를 해독했어도 “나 네 암호 알아”라고 말하는 바보는 없다. 알아도 모른 척. 아마도 양자 컴퓨터도 비슷할 것이다. 누군가 개발했어도 “앗싸! 나 양자 컴퓨터 하나 있음!”이라고 말하지 않고 1급 비밀이 될 확률이 높다. 그러면 지금 이미 개발된 거 아니야? 양자 컴퓨터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아직은 아니다. 아직은 개발되지 않았다. 선진국들도 연구 결과들을 모두 오픈하면서 서로 협력해 기술을 쌓아가는 시기다. 언젠가 비밀 연구로 전환될 수도 있다. 아니 반드시 전환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표면상으로는 양자 컴퓨터 그런 거 못 만드네 하는 식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런데 2016년 현재 양자 컴퓨터를 만들었다고 계속 광고하는 회사가 있다. D-Wave라는 캐나다 회사인데 양자 컴퓨터를 만들어서 돈 받고 팔고 있다. 지금까지 3대를 팔았다고 발표했다. 뭥미? 얘네들 사기 치나. 근데 누가 샀는지를 보면, Google-NASA (같이 연구할 거라고 둘이 돈 모아 샀음), 록히드마틴(전투기 만드는 회사), Los Alamos 연구소 (엄청 유명한 연구소임) 이렇게 3대를 팔았다. 얼마에 팔았는지 대중에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대략 수천 억 원으로 추정한다. 설마 구글이 사기 당했을 리 없고. 록히드마틴에 사기 쳤다가 전투기 몰고 오면 어째. 그럼 이 회사가 파는 게 진짜일까? D-Wave가 파는 양자 컴퓨터에 대해 말하는 것은 양자 컴퓨터 지식이 없는 지금 다루기는 힘들다. 아마도 이 연재의 후반부쯤 양자 역학 대략 살피고, 양자 알고리즘 훑고, 양자 컴퓨터 연구 상황 어떤지 본 다음에, 그때 말하도록 하자. 궁금해도 기다리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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