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는 것은 아름다움의 표현이다.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글을 쓰는 사람도 있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있다.
인간 내면의 아름다움일 수도 있고, 내 눈에 들어오는 시각적 자극에 대한 아름다움일 수도 있다. 흔히 이러한 아름다움의 표현을 예술이라고 부른다. 그 아름다움에 대한 해석은 모두 각자 다르기 때문에 나름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물론 표현에는 어느 정도의 기술과 훈련이 필요하다.
숲의 아름다움을 글로 나타내기 위해서는 숲에 대한 해석과 경험과 이해가 필요하다. 더불어 그것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까지. 또한, 글뿐 아니라 그림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언어 표현력이 아닌 섬세한 붓 터치가 요구될 것이다.
사진을 찍는 것은 글과 그림과 달리 ‘순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순간’이 지나면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기다림’이 더해져야 한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은 0.01초 남짓이지만, 그 이전에 피사체를 해석하기 위한 행동이 필요하다. 구도를 잡는 일, 빛의 방향과 밝고 어두움을 정하는 일, 조리개와 셔터스피드, ISO와 같은 노출의 정도를 정하는 일. 반사의 정도를 파악하는 일, 그리고 ‘순간’을 기다리는 일. 풍경과 같이 정지해 있는 피사체라면 비교적 여유 있게 생각할 수 있지만, 움직이는 피사체라면 이 모든 과정은 순간적으로 해내지 않으면 아름다움의 순간을 놓칠 수도 있다. 다음 순간을 기다리기 위해서는 많은 인내가 필요할지도. 많은 훈련과 연습은 찰나의 순간을 잡기 위한 것이다.
사진을 찍는 것은 아름다움에 반응하고, 이해하고, 기억하는 일이다. 단지 기록만을 위한 사진이었다면 “나는 여행길에 나무 한 그루를 보았다”로 끝날 것이다. 하지만 나무의 아름다움을 소유하기 위해 셔터를 눌렀다면, 나무의 푸르름과, 줄기의 단단함, 잎사귀의 투명함, 나무가 버텨낸 유구한 세월, 오랫동안 받아내었던 비와 바람들이 모두 함께 사진으로서 나의 기억 속에 저장되는 것이다. 이 아름다움의 소유와 표현은 아마도 이런 아름다움을 소유했던 사람들의 기억을 불러내어 마음을 울릴 것이다.
사진을 찍는 일보다 보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더 잘 보기 위해 사진을 찍고, 더 사랑하기 위해 셔터를 누른다. 사진을 찍는 매 순간 그 모습은 카메라에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 기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