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1 비자를 받으려고 하는 대부분의 경우는 포닥으로 미국에 나가는 경우일 것이다. 물론 안식년으로 가는 교수님이나, 방송국, 신문사 기자, 의사, 판사, 변호사 등 직업을 가진 경우도 J1 비자를 받지만, 안식년보다는 포닥으로 미국행을 택하는 사람이 더 많고, 나 역시 포닥으로 왔으니, 포닥 기준으로 J1 비자 받는 법을 알아보자.
포닥은 Postdoc을 말하는 것으로 박사후연구과정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포닥이라고 많이 부른다. 박사학위를 받고 난 이후 과정인데, 사실 박사학위 받고 바로 교수가 잘 안 되니 대기 상태에 있는 연구원이라고 볼 수 있다. 대학원생과 교수 사이 그 어딘가쯤이라고 할 수 있는데, 교수에 가까운 포닥일 수도 있고, 교수가 되기엔 무한히 먼 포닥일 수도 있다. 그건 아무도 모른다. ㅡㅡ; 어차피 모든 포닥은 효율 좋고, 값싼, 비정규직 연구원일 뿐이다. 포닥에 대해서는 언제 한 번 더 진지한 얘기를 쓸 예정이다.
비자를 받기 위해 제일 먼저 참고해야 할 사이트는 당연히 미국 대사관 홈페이지이다. 그러나 처음 신청할 때, DS-160이니, DS-2019, SEVIS 같은 게 쉬울 리 없다. 게다가 1번 신청하고 나면, 그 뒤에 또 신청할 일이 거의 없으니 (전혀 없는건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 다 잊어버린다. 그래도 부지런한 몇몇 사람들은 자세한 후기를 인터넷에 남겨 놓았고, 나 역시 비자를 받을 때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럼에도 실제 대사관 방문 시에 빠진 게 있어 다시 예약해야 할 뻔했다. 그래서 이 글 하나면 충분할 수 있도록 최대한 자세히 남겨 보려 한다.
DS-2019
먼저 J1 비자의 가장 기본적인 서류는 DS-2019이다. J비자를 받으려 한다면, 당연히 offer를 받았을 것이고, offer를 accept하고, 필요서류를 보냈다면, FeDeX나 DHL로 DS-2019를 받았을 것이다. 동반 가족이 있다면 가족들 것까지 같이 온다. 시간이 충분히 지났는데 (1-2개월 이상) DS-2019를 받지 못했다면, 학교 측에 연락을 해 보는게 좋다. 내 경우는 3주도 안 돼서 받았음.
기본적으로 필요 서류는 다음과 같다.
- 여권, 5cm*5cm 사진
- DS-2019
- DS-160
- SEVIS 납부 영수증
SEVIS fee 납부
가장 먼저 할 일은 SEVIS fee를 납부하는 것이다. SEVIS는 미국에서 공부(F비자) 또는 연구(J비자)하는 외국인들을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을 내는 일종의 수수료다. 911 이후에 생겼다고 들었는데 확인하진 못했다. 암튼 비자 종류마다 fee가 다르지만, J비자는 $180이다. 비싸다. ㅡㅡ; SEVIS 사이트에서 납부할 수 있다. 싸이트를 잘 읽어보면 면제되는 경우도 있다. DS-2019에 있는 프로그램 번호가 G-뭐시기로 시작하면 안 내도 될 수도 있다. 어쩌면 비자신청 수수료까지 면제될 수도 있다. NIH나 NIST 같은 정부기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어떤 프로그램인 경우인 거 같은데, 난 해당 사항 없었다. 동반 가족이 있더라도 본인 것만 납부하면 된다. 납부 후 반드시 영수증을 프린트해야 한다. 납부하고 1달 정도 지나면 종이로 된 영수증이 미국에서 날라오는데, 분명 그 전에 인터뷰할 것이기 때문에 프린트하는 걸 잊으면 안 된다.
비자수수료 납부
그리고는 이제 대사관 홈페이지에서 인터뷰 신청을 해야 하는데, 신청을 위해서는 먼저 돈부터 내야 한다. ㅡㅡ; 여기에 가서 하라는 대로 하면 된다. 간단히 얘기하면 송금할 계좌번호 받고, 은행 이체로 이체하면 됨. 1인당 $160이다. 이거는 동반 가족이 있다면, 명수대로 내야 한다. 단, 각각 다 따로 계좌번호를 받아서 내야 함. 내 경우 나, 아내, 4살 아이 이렇게 3개의 계좌번호를 받아서 $160씩 송금했다. 이 계좌번호를 잘 적어두어야 한다. 송금 내역이 처리되는 데에는 1-2일 정도 걸리니까 하루 정도 기다린다. 인터뷰 신청하는데 $680 썼다. 비싸다. ㅡㅡ;
인터뷰 신청서 작성 (DS-160)
이제 인터뷰 신청 서류를 작성하면 된다. 온라인에서 작성하는 이 서류를 DS-160이라 부른다. 이 때 송금했던 계좌번호가 필요하다. 각종 신상 정보와 학력 사항 등등을 다 적어야 하니, 미리 준비하면 좋다. 작성 시 가장 짜증 났던 부분이 최근 몇 년간 외국 출입국 기록을 다 적으라 했던 거다. (민원24에 가서 조회하면 알 수 있지만, 수많은 ActiveX는 각오해야 한다) 거기에 예전 비자 받았던 거 언제 왜 받았는지 등등. 그리고 무슨 설문조사같이 질문이 많아서 읽고 대답하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 질문 중에 대답하기 모호한 것이, 총기를 다루어 본 적 있냐? 군사훈련 받은 적 있냐? 이런 게 있다. 군대 또는 최소한 훈련소를 다녀온 경우라면 총을 쏴 보았을 것이고, 교육도 받으니, 이걸 어쩌냐 고민이 많았다. 다른 질문들, 약물 한 적 있냐?, 감옥 가거나 체포된 적 있냐? 같은 질문들 사이에 있는 거라, 왠지 Yes라 하면 안 될 거 같아서 일단 나는 NO라고 했다. 당시에 검색해봐도 이런 거 어떻게 했는지는 잘 찾을 수 없었다. 나는 No라고 했지만, 원래는 Yes라고 하고, 한국 남자는 병역의무로 군대에 가기 때문에 관련 경험이 있다고 설명해야 한다. (미국 오고 와서 이렇게 해야 되는 건지 알았다) 다행히 나는 문제 없이 잘 넘어갔는데, 까다로운 심사관 만나면 너 군대 안 갔냐?고 물어볼 수도 있다. 그럼 낭패. 암튼 Yes로 하든, No로 하든 잘 넘어가길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YES를 추천. Yes라 하고 군대 갔다 왔다 그러면 설명이 되는 거지만, No라 했는데, 군대 가서 안 해봤어? 이러면 할 말 없는 게 되니까. 본인 서류를 다 작성하면, 동반 가족 있냐고 물어보는 질문이 나온다. 있으면 Yes. 동반 가족 것들도 동일한 질문을 다 대답해야 한다. 나 포함 3명 전부 다 하는데 거의 1시간 걸렸다. 마지막 confirmation 페이지는 프린트해서 꼭 가져가야 한다. 그리고 이메일로 예약확인 메일이 날아오는데 이것도 꼭 프린트해서 가져가야 한다. 난 이걸 안 가져갔다. ㅜㅜ 대사관 입구에서 이거 확인하는데, 없어서 근처 인쇄소에서 A4 2장 프린트하는데 3000원 냈다. 완전 바가지다.
인터뷰
이제 인터뷰 날짜에 맞춰 준비 서류 잘 챙겨서 가면 된다. 동반 가족 중 애들은 안 가도 되고, 어른은 같이 가야 한다. 사람 많으면 오래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꼭 필요한 필수 서류는 아니지만 있으면 좋은 서류들이 있다.
- offer letter
- 학위 증명서 또는 졸업 예정 증명서 (나는 졸업식 전이라 예정 증명서를 가져갔다)
- 미국 출입국 날짜 적은 종이 (확인 차원이었는지, 웹에서 입력한 사항을 접수할 때 또 물어봤다)
- 기본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혼인증명서 등등
대사관에 들어가면 1층에서 접수를 하고, 2층에서 심사를 한다. 1층에서 줄 서서 기다리고, 접수증 받으면 2층 가서 의자에 앉아 기다리면 된다. 내 앞에 있던 두 사람이 모두 reject 돼서, 바짝 긴장됐었다. 한 분은 나이 좀 있으신 50대 아주머니였는데, 왜 reject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아주머니께서 어떤 서류를 더 준비하면 되겠냐고 물어본 게 들렸다. 심사관 옆에는 통역이 같이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한 분은 학생비자를 받는 것처럼 보였는데, 심사관과 한참을 얘기했었다. 언뜻 듣기로 옛날 교환학생 같은 걸 갔는데, 그때 술 마시고 난동 부리다 경찰서에 간 적이 있는 듯 했다. 본인도 힘들 걸 알았는지 미국인 변호사를 대동하고 심사를 받으러 왔다. 그럼에도 reject. 아마 옛날에 좀 놀았다가 이제 맘잡고 공부해서 유학 가려는 거 같던데. ㅜㅜ 이런 살벌한 상황을 목격하고 나니 긴장상태로 심사관 앞에 갔다. 다른 서류는 하나도 안 보고 DS-2019와 여권만 봤다. 질문도 2가지만 있었다. 왜 가냐? 가서 뭐하냐? 너무 뻔한 질문이다. 연구하러 가고, 가서 실험한다. (그래도 조금 길게 30초 정도는 말했다) 그랬더니 DS-2019에 도장 찍고 싸인해 줬다. (가족들 것까지 모두다) 여권은 택배로 갈 거란다. 너무 간단히 끝나서 이게 다냐고 했는데, 이게 다란다. 괜히 긴장했다. 아 인터뷰는 통역 없이 영어로 했다.
인터뷰 후, 이틀 만에 비자가 붙어 있는 여권이 택배로 날아왔다. 빠르다. 본인은 J1비자가 붙어있고, 동반 가족은 J2비자가 붙어 있다. 이제 미국 갈 수 있는 거구나. 한국은 대사관 프로세스가 빠른 편이지만, 신청서 작성할 때 보면 최대 60일까지 걸릴 수도 있으니 미리미리 준비하라고 되어 있다. 2015년 6월 기준으로 미국 이민국 USCIS의 전산시스템에 문제가 있어 비자 프로세스가 많이 지연되고 있다. 어떤 상황이 생길지 모르니 미리미리 하자. J비자와 DS-2019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J비자와 DS-2019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