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Facebook)
전세계 1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 사용하는데 돈이 들지 않는다. 한마디로 공짜로 쓸 수 있다. 친구들끼리 서로 안부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더욱이 요즘 같이 글로벌한 시대에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친구들과 실시간 소통을 할 수 있는 좋은 통로다.
하지만, 정말 공짜일까? 이 서비스를 위해서 내가 내는 돈은 없다. 단지 Facebook이 원하는 것은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정보다. 이런 정보들을 차곡차곡 잘 모아서 다른 회사에 돈 받고 판다. 이런 것을 우리는 광고라 부른다. 전세계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으니, 광고로 버는 돈이 천문학적이다. 경쟁이 될만한 비슷한 서비스가 출시되면 돈을 주고 회사를 사버린다. (Facebook은 2012년 직원이 3명인 Instagram을 약 1조 원에 샀다. 물론 지금은 본전을 뽑고도 남았다. 카톡의 세계판이라고 볼 수 있는 메신저 앱 WhatsApp도 20조 원에 샀다.)
결론은 공짜는 아니다. 서비스의 대가로 내 개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고, 그렇게 할 때만 서비스를 온전히 이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링크드인(LinkedIn)
전세계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Social Service이다. 나의 학력, 경력, 기술들을 올려놓고 나를 광고하는 플랫폼이다. 구직자들과 우수한 인력을 채용하려는 회사들을 연결하는 서비스인 것이다. 최근 (2016년 6월) 마이크로소프트가 약 30조 원에 샀다. 가만히 보면, 사람들이 열심히 만든 이력서들을 모아서 마이크로소프트에 판 셈이다. 대단하다. 개인적으로 링크드인을 사용해보니, 그만의 편리한 점이 있긴 하다. 아직 한국시장에서는 대중적이지는 않아 보인다. 과연 마이크로소프트가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
우버(Uber)
일종의 운송 사업이다. 택시를 생각해보자. 내가 택시 회사를 운영하려면, 일단 차를 사야 하고, 운전자를 고용해야 한다. 차도 1-2대 사서 될 일이 아니다. 그래서 초기 비용이 많이 든다. 그런데 Uber는 자기 차로 영업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 차를 빌려서 같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을 이어주고 돈을 받는다. 물론 운전자에게도 조금 떼어 준다. 차 한 대 없이 시작한 사업이 너무 커져서 이제 전업으로 우버 운전기사를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대단하다는 말도 부족하다.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70조 원이 넘는다. 이게 어느 정도냐면,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포스코, SK텔레콤 4개 기업을 다 팔아야 살 수 있다. 하지만 Uber는 아직 비상장기업이라 그렇게 살 수는 없다. 상장하면 가뿐히 100조 원이 넘을 것이고, 우리나라에 그보다 큰 기업은 삼성전자밖에 없다.
미국 대도시에는 이용률이 엄청나다. 덕분에 Uber는 사람들의 이동 흐름에 대한 엄청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사람들이 언제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하는지를 파악해서 적절한 타이밍에 버스도 운영한다. 도시 교통흐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다른 택시, 버스 사업자들은 빨리 다른 먹고살거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데이터 없이 무작정 운영하는 운수업은 살 수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불법이다. ㅡㅡ;
에어비엔비(Airbnb)
사용하지 않는 빈집 또는 빈방을 필요한 사람에게 대여해주는 사업이다. 일종의 숙박업(?)이라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숙박업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한국에서는 숙박업으로 분류한다.) Uber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Airbnb가 소유한 집은 없지만, 남의 집을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주고 돈을 받는다. 당연히 집주인에게도 돈을 준다. 아직 비상장기업이고, 수십조 원의 기업가치로 평가받고 있다. 빌딩 하나 없이 세계 최대 호텔 체인인 힐튼과 기업가치가 엇비슷하다. 역시 한국에서는 (부분) 불법이다. ㅡㅡ; (외국인에게 대여해 주는 경우만 합법이다.)
네이처(Nature)
영리를 추구하는 출판사의 과학 저널이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논문을 출판하고 싶어 하는 저널이며, 거의 모든 과학자들이 필수로 구독하는 저널이다. 당연히 유료다. Science와 Cell과 함께 3대 저널로 불린다. Science는 비영리기관 출판물이고, Cell은 생물 분야만 출판하니, Nature만 다뤄보자. (사실 다 똑같다.)
과학자들은 대부분 국가로부터 연구비를 받아 연구한다. (자연히 세금으로 충당된다.) 연구결과를 다른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글로 잘 정리한다. 저널에 제출한다. 저널은 논문을 받아 다른 여러 전문가들에게 review를 (무료로) 부탁한다. review를 부탁받은 전문가들은 연구 결과의 허점을 무섭게 깐다. 논문 저자들은 그 허점을 잘 보완해서 다시 제출한다. 이 과정이 반복된다. 모든 과정을 잘 통과하면 저널에 출판이 된다. 출판된 논문을 보려면 저널을 구독해야 한다. 내가 논문 저자라도 알짤없다. 돈 내고 봐야 된다.
Nature 같이 유명한 저널들은 많은 사람이 보기 때문에 대학교나 연구기관이 단체로 구독신청을 해서 본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공짜처럼 느낀다. (사실 따지고 들어가면 결국 국민세금이다.)
Nature는 국민세금으로 연구한 연구 결과를, 무료 봉사하는 전문가의 review를 거쳐, 국민세금으로 저널을 구독하는 기관, 연구자들에게 배포한다. 역!시! 대단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가장 XX하다. 이러니 Sci-Hub 같은 게 생기지. 모든 논문이 오픈되기를 꿈꿔본다.
포켓몬고(Pokemon Go)
출시된 지 한 달도 안 된 게임인데, 벌써 압도적인 사용자와 사용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을 이용해서 핸드폰 안에 보이는 포켓몬을 잡는 게임이다. 캐릭터를 모으고, 키우고, 대결하는 게임이다. 포켓몬을 잡고, 키우기 위해서는 열심히 움직이고, 돌아다녀야 한다. 포켓몬이 많은 곳에는 게임하는 사람들이 모일 수밖에 없다. 이 게임은 실제 공간과 가상공간을 연결시킨 게임이다. 구글맵을 기반으로 제작된 게임인데, 한국에서는 정식 서비스되지 않는다. (한국정부는 구글에 지도정보를 오픈하지 않는다.) 강원도 속초에서는 게임할 수 있다는 정보로 많은 사용자들이 속초로 몰린다고 한다.
돈은 어떻게 벌까? 내가 식당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당연히 손님이 늘어야 돈을 번다. 어떻게 사람들을 모을 수 있을까. 내 가게에 포켓몬이 많으면 좋겠다. 특히 점심시간, 저녁시간에 더 많으면 좋겠다. 그러면 게임하는 사람들이 와서 포켓몬 잡고, 밥 먹을 시간이니 밥도 먹지 않을까? 식당 분위기상 들어와서 아무것도 안 시키고 게임만 하고 가는 건 민망하잖아. 식당 주인인 나는 돈을 들여 게임 속 가상공간인 내 식당 위치에 포켓몬이 많이 나오도록 한다. 게임회사는 이렇게 돈을 번다. (물론 게임 자체의 아이템만으로도 엄청난 돈을 번다.) 대단하다. 실제 이 식당이 있는 공간은 내가 주인인데, 게임 공간 속, 지도 위에 내 가상공간을 돈 주고 사는 것이다. (아직 이런 식의 business model로 돈을 벌지는 않을 텐데, 곧 이렇게 될 것이다. 일단 지금은 사용자를 늘이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 예상치 못한 사용자 폭증으로 서버 안정화에 정신없을 것이다.)
이런 사업들이 가능한 이유는 모두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이다. 수억 명의 Facebook, LinkedIn, Airbnb, Uber 사용자들, Nature를 보는 많은 과학자들, 많은 Pokemon Go 게임 이용자들이 있기 때문에 사업이 되는 것이다. 무엇이 되었든 사람이 많이 모이면 돈이 된다. (무한도전에 광고를 내려면 돈이 많이 들고, 그 비용은 결국 시청률이 높기 때문이다.) 사람을 모으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참아내는 동안 비용이 들 수밖에 없고, 그 인내의 보상은 실제로 엄청나다. 한국의 기업들은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성급히 서비스를 유료화함으로 폭망하는 경우가 많다.
이 외에 다른 예도 더 많지만 대략의 분위기는 느꼈을 것이다. 좋게 말하면 서로의 필요를 연결해서 돈을 버는 것이고, 나쁘게 표현하면, 남의거 빌려서, 빌려주고 돈 받는거다. 좋고 나쁨을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현대 사회가 그만큼 연결(connection)에 민감한 사회이고, 어떻게 연결을 구성하느냐에 따라 기업가치가 결정된다. 한국의 대기업은 무엇을 연결하고 있나?
나는 무엇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