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올 때 환전한 돈을 계속 들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얼른 은행계좌를 만들어서 넣어 두는 일도 도착하자마자 할 일 중 하나이다. 사실 나는 미국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이기도 했다.
인터넷으로 계약했던 집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첫 달 월세를 내야 열쇠를 준다고 했다. 월세를 현금으로 주었더니, 자기는 현금을 받지 않는단다. 이런 어이없는 경우를 보았나. 한국에서는 현금을 거절하는 경우가 없고, 오히려 반기는데, 여기는 Check나 Money Order만 받는단다. 은행계좌 없으니 Check는 발행할 수 없고, Money Order 끊으려면 수수료 내야 하고. 그래서 짐은 office에 맡겨두고, 바로 은행으로 향했다. 선택한 은행은 Bank of America. 이유는? 집에서 가깝고, 미국 어디나 있으니까. 집 근처 있는 은행이 Bank of America (BoA)랑 Wells Fargo 두 군데인데, 미국 여기저기 다니면서 BoA 지점이 더 많이 눈에 띄었던 것 같아서 BoA와 거래하기로 했다.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는데, 창구도 거의 없어서,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했다. 계좌 열려면 PB랑 얘기해야 해서 더 오래 기다렸다. 역시나 외국인이고, credit history 없고, 그러니까 뭔가 많은 서류를 작성해야 했다. ㅜㅜ 미국 은행의 계좌는 크게 2종류로 나뉜다.
- Checking account: Check를 발행할 수 있는 계좌. 이자가 붙지 않고, 일정 금액 이하의 잔액이면 수수료를 낼 수도 있다.
- Saving account: 이자가 붙는다. 입금은 자유롭지만, 출금 회수에는 제한이 있다. 역시 일정 금액 이하의 잔액이면 수수료를 낼 수도 있다.
여러 가지 수수료들이 있는데, 이를 면제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한국도 비슷하니까 그리 새로운 건 아니다. Checking account와 Saving account를 같이 개설하면 Checking account 수수료를 면제해줬던 거 같다. 월급 이체 계좌로 하면 또 뭐가 면제되는 게 있었고. 암튼 이건 때마다 바뀌는 것 같으니 개설할 때 잘 물어보고 하면 될 것이다. 나는 아내랑 공동명의로 Checking account와 Saving account를 개설했다. 공동명의로 한 이유는 혹시 나 없이 와서 은행 일을 할 일이 생길까봐였고, 또 Check를 발행할 때 공동명의로 되어 있으니 아내도 sign이 가능하게 하려고 한 것이다. 미국 처음 와서 Check를 한 번도 안 써봤으니, 내가 sign한 check를 아내가 가지고 갔는데 안 된다는 그런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지금이니까 얘기지만, check 쓸 때 신분증 확인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여러 가지 서류(Saving account를 만들면 이자가 생기고, 그에 따른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그에 관련된 서류에 싸인하는게 있다)에 싸인하고 나면 계좌를 열어주고, 임시 Debit카드도 준다. 며칠 후 이름 박혀 있는 Debit 카드도 우편으로 온다. 정착 초반에 이 카드로 사용하면 현금 많이 안 들고, 동전도 안 챙겨도 되니까 편하다.
그런데 Debit 카드만 쓰기에는 뭔가 아쉽다. Credit history 없어서 여기저기 deposit 하며 설움 당하고 있는데, Credit 카드 만들자니, Credit 없다고 안 만들어 주고. 악순환이다.
Credit 쌓으려고 Credit 카드 만들고 싶다니까, 너는 Credit history 없어서 Credit 카드 못 준다.
어쩌라고? 이 고리를 끊을 방법으로 Secured Credit 카드를 만드는 방법이 있다. 일정 금액을 deposit (이놈의 deposit) 해 놓고, 그 한 도 내에서만 쓸 수 있는 Credit 카드이다. 일종의 선불형 Credit 카드(?) 같은 개념이다. 어차피 deposit 해 놓은 돈이 있으니 안 갚고 도망갈 일은 없다. 이것도 1년 열심히 사용하고 잘 갚으면 deposit 한 돈을 돌려주면서 일반 Credit 카드로 전환해 준다. 그러면 이제 더 이상 BoA의 코딱지만한 혜택밖에 없는 Credit 카드를 쓸 이유가 없어진다. 그렇다고 해지하면 안 된다. 1년간 쌓은 Credit history는 이 카드를 기반으로 있으니 1년 정도는 사용하지 않더라도 유지하는 게 좋다. 더 많은 혜택을 가진 Credit 카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Milemoa를 참고.
나는 $1000을 deposit하고 Secured Credit 카드를 만들었다. 초기에는 이것저것 살 게 많으니 부족할 수 있지만, 한도 다 되면 바로 pay하고 다시 사용하면 되니까 계획 잘하면 부족할 일 없다. 대신 $1000 이상 되는 건은 결제할 수 없다.
한국 신용카드와 미국 신용카드에서의 “한도” 의미가 조금 다르다. 한국에서 한도 300만원 카드는 내가 299만원을 사용하고, 다음 달이 되면 (299만원을 갚기 전에) 자동으로 다시 0부터 시작한다. 다시 말해 또 300만원까지 쓸 수 있다. 이러면 300만원 한도 카드로 최대 600만원까지 쓸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신용카드는 다르다. 한도 $3,000 카드로 $2,999를 사용하고, 다음 달이 돼도 ($2,999를 갚기 전에는) 여전히 $1밖에 못 쓴다. $2,999를 지불하더라도 1-2일 지나야 반영이 된다. 그러니 초기 정착시 카드 사용 계획을 잘 세우는 게 좋다. 뭐 다른 일도 많아서 정신없는데 이런 거 신경 쓸 겨를이 있겠느냐마는 Credit history를 빨리 만드는 게 나중에 여러모로 편하다.
여기까지 미국 어디서나 일반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한국인들이 많은 LA 같은 곳은 ‘우리 은행’ 같은 한국 은행 지점들이 존재하고, 워낙 사람들이 많으니 다른 다양한 방법이 존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