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해야 되는 일 중 하나는 핸드폰 개통이다. 앞으로 해야 하는 대부분의 일에서 전화번호를 요구하기도 하고, 나도 계속 전화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가장 먼저 해야 되는 일인 것이다. 미국의 이동전화 회사는 대표적으로 Verizon과 AT&T가 있다. 한국의 SK Telecom과 KT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T-mobile과 Sprint도 있고. 이건 LGU+이랑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Verizon과 AT&T가 비싼 편이고, T-mobile과 Sprint는 약간 싼 대신 통화구역 coverage가 작은 편이다. 미국은 땅덩이가 너무 넓어서 전국 어디서나 빵빵! 이런 건 말이 안 된다. 주요 지역은 모든 통신사가 잘 터지지만, 조금만 외곽으로 가도 손톱만큼 보이는 안테나 개수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본인 주로 머물게 되는 학교나 직장, 집에서 잘 터지는 통신사를 고르는 게 중요하다. 그걸 어떻게 아냐? 그냥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된다. 특히 한국 사람은 핸드폰 터지는 것에 민감하기에 대부분 어디서 어떤 통신사가 잘 터지는지 잘 알고 있다. 나의 경우에는 집에서 AT&T가 잘 안 터져서 Verizon으로 했다.
요금제(plan)는 한국과 약간 다르다. 요금은 account access fee와 line access fee로 구분되는데, 내가 요금제를 선택하면 account access fee가 정해진다. 약 $25~$40/month 정도 된다. 보통 unlimited talk & text 와 1GB data가 기본이다. 그리고 이 account에 line(전화번호)을 추가하는 개념이다. 내가 스마트폰 1대 쓰면 1개 추가하는 것이고, 2대 쓰면 2개 line 추가, tablet도 추가하고 싶으면 여기에 추가하는 것이다. 스마트폰 1대 추가하는데 보통 $20~$40/month이다. Tablet은 $10/month 정도. 추가한 모든 장비는 1GB data를 공유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가격은 통신사마다 다르고, 가끔 있는 promotion에 따라 조금 싸질 수 있다. 그래서 스마트폰 1대 개통해서 사용하면 $40 account access fee + $40 line access fee = $80가 된다. 여기 각종 세금 붙으면 거의 $100 됨. 스마트폰 2대면 $120$+tax.
혼자 쓰면 한국보다 비싼 편이지만, 2명이 쓰는 경우 대략 $135인데, 그러면 한국과 비슷한 정도이지 않나? 여기서 예를 들어 설명한 요금제는 Verizon 기준이고, 미국에서 제일 비싼 통신사다. ㅡㅡ;; 요금이 조금 비싸니까 조금 깎아보자. 일반적으로 학교나 큰 회사들은 통신사와 계약을 맺고 약간 할인해 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통신사 매장 직원에게 물어보면 친절히 알려준다. 내 경우는 account access fee 15% 할인 혜택이 있었다. 얼마 안 되지만 매달 할인해 주는 것이니 모이면 꽤 된다. 그리고 1년이 지나면 1GB씩 data를 늘려준다. 2년 지나면 3GB/month를 쓸 수 있는데 동영상 안 보면 wifi 없이도 살 수 있다. 또 2년 약정이 끝나면 line 당 $15/month를 할인해준다. 결국 약정 끝난 뒤에는 3GB data에 스마트폰 2대이면 $80~$90 정도 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 정도면 한국보다 비싼 거 같지는 않다 (공짜폰을 생각하면 한국이 싸고, 최신폰을 사용한다면 한국이나 미국이나 비슷한 것 같다).
핸드폰을 가장 싸게 쓰는 방법으로는 pre-paid 폰을 사용하는 것이다. 일정 금액을 유심에 충전해 놓고 쓰는 방법인데, 대부분 wifi 지역에 머물고, 사용량에 따라 과금되는 종량제이기 때문에 통화량이 많지 않다면 고려할만하다. 매번 충전하는 게 귀찮을 수 있는데, 가격 차이를 생각하면 그 정도 불편함을 감수할만하다. 한국에서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한국도 pre-paid 폰이 있지만, 그거 사용하는 사람 거의 못 보지 않았나? 비싸도 거의 모든 사람이 정액제 요금을 사용한다. (통신사가 일부러 pre-paid를 광고할 이유도 없고, 통신사가 3개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제 살 깎아 먹는 pre-paid 제도를 활성화할 이유도 없다) 암튼 비슷하게 나도 pre-paid 쓰는 외국인은 봤지만, pre-paid 쓰는 미국인은 못 봤다.
여기서 좋은 점 하나! 전화번호를 언제든 바꿀 수 있다. 그냥 웹페이지 접속해서 바꾸면 5분~10분 정도 만에 바뀐다. 이렇게 쉬워도 되나 싶다. 한국에서도 되긴 했는데, 애초에 그런 서비스 등록을 해야 했고, 공인인증서를 비롯한 ㅁ니ㅏ어리낭ㄹ 복잡한 것들이 필요했는데. 번호를 바꿀 일이 있는 건 아니지만 처음 번호를 받았을 때 맘에 안 들어서 2-3번 정도 바꾼 것 같다. 전화번호에 0이 들어가면 Zero 발음하기 힘들어서 0 안 나올 때까지 바꿨다. ㅜㅜ 0을 alphabet O로 말하면 되는데, 그럼 내가 숫자 5랑 헷갈렸다. 흑흑. 지금 번호는 맘에 든다. 첨에 3개월 정도 Mkjsdlkfj 찾는 전화가 왔었는데, 이전 주인이었나 보다. 그리고 스팸 전화는 아직 한 번도 못 받아봤다. Hilton 계열 리조트에서 여행 상품 광고하는 거 2-3번 받기는 했는데, 이건 내가 예전에 뭐 응모하면서 전화번호 적은 게 있어서 온 거 같고. 왜 스팸 전화 없지…개인 정보 관리가 잘 되나…
마지막으로 안 좋은 소식으로 마무리해야겠다. 핸드폰 개통하는데 credit history가 없으면 line 당 $400~$500 정도의 deposit을 요구한다. 당황하지 말기를. 아마 새로 개통한 폰 들고 도망갈까 봐 그러나 보다. 피할 수는 없는 것 같고 1년 꾸준히 요금 잘 내면 돌려주니까 맘 편히 넘겨주자. 뭐 앞으로도 계속 credit history 없는 서러움을 deposit으로 달래야 하니까 마음의 준비를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