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놓치다

England

비행기를 놓쳤다. ㅜㅜ
그것도 런던에서…허걱…

아침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는데, 풀리는듯 했으나 이렇게 돼버렸다.
매정한 영국항공 사람들…

비행기는 13:00 런던->인천 영국항공(British Airways) 비행기였다.
호텔에서 1시간 조금 안 걸리니, 여유 있게 10시 30분에 출발했다.
런던에 눈이 오는 날이 많지는 않다고 들었는데, 3일 내내 눈이 왔다.
혹시나 비행기가 안 뜰까 걱정이 되어서 홈페이지로 조회해 보았지만, 다행히(?) Delay 없이 운항 예정이라 했다.

그런데…
왠걸 지하철 노선이 중간에 끊겨 버렸다.
원인은 알 수 없으나 Piccadilly line의 Hammersmith에서 Acton Town구간 운행을 안 한다.
해당 구간은 다른 버스들로 운행했지만, 지하철과 버스는 수송능력 차이가 크다.
사람도 훨씬 많고, 시간도 훨씬 더 걸렸다. ㅜㅜ

우여곡절 끝에 공항 도착해서 표를 받았다.
비행기의 출도착을 알리는 전광판에는 Canceled라는 표시가 도배되어 있었다.
아시아와 미국으로 향하는 몇몇 비행기들만 On time 싸인을 보였다.
휴~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배가 고파서 밥을 좀 먹었다. 그게 12시.
13시 비행기이고, 12:40까지 gate로 오라 찍혀 있으니 12:30분에 들어가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파스타는 맛이 없었다.
그래도 다 먹고 싶었다.
거의 다 먹었다. 12시 30분.
이제 타러 들어가려고 했더니,

You are too late!

뭐라고?
“너 타기 전에 비행기 출발하니까 너 못 타!!”
“저기 가서 다시 예약해!!”

뭐래는거야…설마…설마…설마…진짜 안 태워주려나.
13:00시까지 아직 시간 남았고, 지금 뛰어가면 탈 수 있지 않냐고 했더니,
Security check에 시간 걸리고, train 타고 가야 하니까 13:00까지 안 된다. 다음 비행기 예약해라!
넌 12:25분까지 왔어야 된다. (5분밖에 차이 안나는구만.)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너무 매정하게 보였다.

rebook하는 곳에 가서 다시 사정을 말했더니,
너 너무 늦었다. 저기 가서 줄 서.
오늘 대부분의 비행이 결항되어서 다시 예약하는 사람들 수백 명이 줄 서 있었다.
천명도 넘어보였다.
저기 가서 기다리다가는 그냥 내일이 될 것 같았다.
헉.
어째야하나.
침착하자…침착하자…
오늘 꼭 가야 하는데.
오늘 꼭 가야 하는데…

England

일단 3G 데이터로밍 신청을 하고,
아시아나 항공편을 알아봤다.
저녁 9시 비행기.
일단 저거 타면 월요일 도착할 수 있긴 하겠네.
전화해서 예약하려고 했더니,
편도 120만원, 왕복도 120만원.
뭐 이런게 다 있어.
자리 있는 것만도 다행이긴 하지만,
잠깐 고민을 하다가,
어쨌든 오늘 가야하니까,
마일리지로 예약을 했다.
(52,500 마일 + 세금 35만원) 요즘 성수기라 마일리지 50% 더 차감한다고 한다.
게다가 공항세 최고 비싼 히드로 공항. ㅜㅜ
아…내 피 같은 마일리지를 이렇게 쓰다니…
14년 동안 쌓은 마일리지가…
제주도 왕복 5번 할 수 있는 마일리지가…ㅜㅜ

근데 또 결제는 홈페이지에서만 된다네.
아이폰 테더링으로 3G 연결해서,
수많은 Active X의 난관을 뚫고 결제에 성공했다.

이제 check-in 했던 짐을 다시 찾아야 한다.
이게 또 1시간 넘게 걸렸다.
내가 안 타면 내 짐도 안 타는구나. 이건 처음 알았다.
내 짐 내리느라 고생했을 텐데. 출발도 지연되었을 테고.
그냥 날 태우는 게 더 빨랐을 텐데. 쩝.

이 일로 100만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 ㅜㅜ
게이트 안에 들어가서 먹었으면,
지하철이 안 끊기고 바로 왔었으면,
파스타 다 안 먹고 5분만 일찍 나왔으면,
이런 한없는 후회들이 있지만,
진정하자…침착하자…쿨해지자…
침착하자…쿨해지자…쿨해지자…쿨해지자…
계속 이런 생각을 했다.

그래도 아내가 해준 말이 너무 힘이 된다.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야. 그냥 몸 조심히 잘 오면 돼.

이렇게 비용을 치르고 돌아온 성과가 있어야 할 텐데.

England

저녁 9시 아시아나 비행기를 탔다.
너무 억울해서 이번에는 비행기 1등으로 탑승했다.
너무 피곤해서 타자마자 그냥 앉아서 잠들어버림.
기상 상황으로 실제 이륙은 11시 30분에 했다.
자느라 방송을 못들어서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지만, 눈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인천에 월요일 저녁 7시 반 도착.
화요일 오전 9시 20분 서울에서 발표니까,
대전 도착해서 밥먹고 랩에 왔더니 12시.
밤새 발표 준비해서,
새벽 첫차로 서울 가서 발표하고 돌아왔다.
밥 한 번 잘못 먹었다가 무지 피곤한 이틀을 보냈다.
난 정말로 맛없고 비싼 파스타를 먹은거다.

다행히 서울에서 했던 발표가 성과가 있었다.
비행기표 값으로 지불했던 100만원 보다는 많은 수익이 있었으니 성공이다.
그래도 안 써도 될 돈이긴 했지. ㅜㅜ

결론

비행기 놓치면, 항공사에 가서 약간의 추가비용 내고 다시 예약을 하면 되는 것 같다.
근데, 결국에는 ticket마다 다 다른것 같다.
난 꼭! 오늘 돌아와야 했기에, 쿨하게(?) 다른 항공사 편도 끊고 왔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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